신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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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북
- 전국책(戰國策) 파트1
- 저자임동석
- 출간일2025-02-25
- 정가45000원
- 페이지846면
- 판형46배판/반양장
- ISBN979-11-94677-01-7 (05140)
- 출판사삼호재
“行百里者, 半於九十”(백 리를 가는 자, 90리 와서 이제 반 왔구나라고 여겨야 한다) 바로 이 ≪전국책≫(103)에 나오는 말이다.
내가 ≪전국책≫에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모으고 손을 대기 시작한 지는 이미 50년 가까이 된다.
1970년대 중반 유학을 떠나기 전 국내 자료를 모으다가 대만(臺灣)에 이르러보니 그 원본을 쉽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백화어 초역본(抄譯本)이 책방마다 즐비한 것을 보고 놀라움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하여 박사과정 학업 중 틈틈이 이를 번역하고 정리하여, 학위취득 후 귀국하여 ≪전국책≫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책은 전체의 반 정도 분량이었고 나아가 재미있고 널리 알려진 문장만을 대충 간추려 역주한 것으로 학문적 성과나 본격적 연구에는 너무나 미흡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국내외 자료를 모으기 시작하여 일찍이 이미 작업을 마쳤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이를 출간하지 못한 채 미루고 있었다.
나아가 다른 역주작업에 매달려 일찍이 손으로 원고지에 작성한 방대한 분량을 뭉치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어디엔가 방치되어 세월을 삭이고 있었다.
이를 총서로 내기로 하고 다시 정리하며 보았더니, 시대가 변하여 문체가 달라지고 내용 표현 또한 오류와 미진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에 이를 고치고 조정하였으나 역시 누조(漏粗)하고 소략(疏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국책≫은 중국 전국시대 나라별 사료의 총집으로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중국고전 연구의 필수적인 자료이다.
서한(西漢) 성제(成帝) 때 유향(劉向)이 정리하여 12개국 역사 고사를 33권으로 편정한 역사 자료이다.
대체로 전국말기까지의 각 나라 책사(策士)의 유세 기록, 역사 고사와 국별 흥망의 대사, 천자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의 일사(逸事) 등이 총망라된 500여장의, 비교적 방대한 잡저(雜著)이다.
동한(東漢) 때 고유(高誘)가 이 책에 대하여 주를 붙인 후, 북송(北宋)에 이르러 유향의 정리본과 고유의 주가 잔실(殘失)되자 증공(曾鞏)이 이를 교정하여 새로운 연구와 정리가 시작되었고, 南宋 초에 드디어 요굉(姚宏)이 증공의 교보(校補)를 근거로 ≪戰國策校注≫이 간행되었으며, 동시에 포표(鮑彪)가 교주를, 다시 원대(元代)에 이르러 오사도(吳師道)가 중교(重校)를 거쳐 지금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四庫全書>에는 史學의 雜史類에 소속시켰으며, ≪戰國策注≫(33권7책), (漢)高誘注, 그리고 ≪鮑氏戰國策注≫ 4冊, 元, 鮑彪撰, ≪戰國策校注≫, 10권8책, 元, 吳師道撰 등 3종이 들어있다. 그리고 ≪漢書≫ 藝文志 諸子學 縱橫家에는 蘇秦과 張儀 등 본 ≪전국책≫의 주요 활동인물의 저작이 서명 명칭만 전하고 있다.
≪전국책≫의 주된 내용은 전국시대 모신, 책사들의 논쟁과 정치 주장, 국제간의 분쟁해결과 부국강병의 약육강식의 처절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서 역사기록 못지않게 처세술과 논리적 논쟁의 문제를 일깨워주는 교양서로서도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편 학술적인 면에서는 본 내용이 ≪사기≫의 전국시대 부분에 거의 모두 반영되었으며, 이후 각 학술과 문학면에 끊임없이 인용되어 그 활용도와 중국 고전 산문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한문학(漢文學)에서도 본 ≪전국책≫ 내용이 한대 이후 시, 산문, 희곡 등 각방면에 주제로 재창조되고 각색되어 중국학의 중요한 전거로 광범위하게 인용되고 있어 국내에서의 원전에 대한 완벽한 역주와 정리는 실로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전국책≫은 후대 문학에 심원한 영향을 주고 있으며, 특히 한초(漢初)의 가의(賈誼), 조착(晁錯)과 사마천(司馬遷)은 모두 이의 영향을 받았고, 사마천은 직접 이 사료를 ≪사기≫에 반영하여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더구나 송대 소순(蘇洵), 소식(蘇軾), 소철(蘇轍)을 위시한 당송팔대가의 “고문운동”은 직접 이 ≪전국책≫의 문체를 본받고자 하였다.
한편 1973년 호남(湖南) 장사(長沙) 마왕퇴(馬王堆) 3호 한묘(漢墓)에서 출토된 帛書 중에 전국종횡가의 저작 27편이 나타났다. 그 중 11편은 지금의 ≪전국책≫과 거의 비슷하나 나머지 16편은 전혀 새로운 기록으로 학계에서는 ≪전국책≫의 일문(逸文)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이를 흔히 ≪帛書戰國策≫, 혹은 ≪戰國縱橫家書≫라 하여 이 방면의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 한국에서는 ≪전국책≫을 원전으로 한 고사와 일화의 원문이 중고등학교 한문교과서는 물론 대학의 한문교재 등에 널리 실려 있고, 일상 언어생활에서도 ≪전국책≫ 출전의 고사(蛇足, 狐假虎威 등)를 사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원전의 번역과 주석은 매우 가치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고한문(古漢文)의 해독에 필수적인 활용서인 이 ≪전국책≫은 당송산문이 한국의 한문 해독의 기본 단계인 현실에 맞추어 기본 한학교재로서 그 가치는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렇게 보면 이 ≪전국책≫은 정확한 판본과 누락됨이 없는 번역과 상주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처럼 나는 일찍이 이 ≪전국책≫을 이미 초략본을 출간했고, 다시 전체 역주본을 내었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 너무 미진하였으며, 언젠가 좀 더 다듬어 부끄럽지 않게 수정해서 다시 내어야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다른 책을 계속해서 작업하느라 시간만 보내고 말았다.
이에 마침 삼호재(三乎齋) 박노일(朴魯一) 대표가 내가 내었던 모든 고전역주를 다시 <수정본>으로 출간하고자 하여, 심혈을 기울여 보완하고 형식을 갖추고, 오류를 수정하겠다고 들여다 보았더니, 작업량이 너무 많았고 자료에 대한 욕심이 앞서 지칠대로 지칠 정도였다.
그때마다 떠올린 구절이 “行百里者”였다. “지금 90리 왔다. 더구나 ‘旣張之舞’, 즉 이미 벌여놓은 춤인데 어떻게든 마무리는 해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자임의식(自任意識)이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하였다.
특히 고전 전적은 완역과 주의 적확한 처리, 기존 연구서의 적극적인 반영 등이 필수불가결이다. 누군가는 해야 되지 않겠는가?
한편 ≪전국책≫의 원출전의 여러 가지 고사성어(蛇足, 漁父之利, 鷄鳴狗盜, 戰國四公子, 狡兔三窟, 奇貨, 徙木, 狐假虎威 등)와 주요 어휘는 물론, 역사적 연관관계를 정확한 고증과 전거를 밝힘으로써 이를 인용한 한문 교학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무엇보다 참고란에 관련 자료를 원문으로 제시함으로써 한학계와 중국문학계의 원전 활용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래도 허술하거나 오류의 발생, 또는 누소(漏疎)함을 면할 수 없으리라 여긴다. 다만 “사람은 완벽할 수는 없다. 그래도 방향은 그리로 잡아야 한다”는 목표를 향해 가는 도중일 뿐이라는 자위감(自慰感)에 면피를 바란다.
2024년 茁浦 林東錫이 負郭齋에서 고쳐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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